[인터뷰+] 정다빈 "'인간수업'이 N번방 사건 경종 울리길"

입력 2020-05-11 12:33   수정 2020-05-11 12:35



지난 4월 2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에서 가장 돋보였던 건 정다빈의 연기 변신이 아닐까. 천사의 미소를 뽐내던 '아이스크림 소녀'는 냉소를 뽐내는 반항아로 완벽하게 분해 극을 쥐락펴락했다.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 정다빈이 연기한 민희는 돈 없인 지금의 자리도 관심도 지킬 수 없다는 생각에 틀린 답을 선택하게 되는 학교 일진으로 모범생 지수(김동희)가 저지른 범죄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데뷔작인 아이스크림 브랜드 CF에서 귀여운 미소를 선보이며 화제가 됐던 정다빈은 '인간수업'에서 이전의 밝고 활기찬 모습을 완전히 지웠다. 염색 머리에 거침없는 언행을 선보이는가 하면, 남자친구를 향한 애정과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고등학교 일진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했다. 정다빈의 찰진 욕설이 화제를 모았을 정도.

정다빈은 "민희와 제 실제 모습은 전혀 다르다"고 강조하면서도 "그런데도 저를 믿고 발탁해준 (김진민) 감독님이기에 더 역할을 잘 해내고 싶었다"고 카메라 앞에 임했던 각오를 전했다.

◆ '인간수업'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 정다빈의 재발견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일단 너무 감사드린다. 공개 전엔 걱정이 컸다. 지금도 걱정을 내려놓지 못한 상태다. 저에 대한 호평도 아직 즐기지 못하고 있다. '인간수업'은 저 뿐 아니라 감독님과 선배님들과 동료 배우들이 진심으로 하려고 했고 현실적으로 다가가려 한 작품이었다. 내 주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그래서 더 쉽진 않았지만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대본 리딩도 많이 하고, 소통을 하면서 벽을 허물어 갔다. 이 작품을 하면서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도 갖게 됐다. 다큐멘터리, 영화, 책도 많이 봤다. 특히 책은 감독님, 촬영감독님께 추천을 받고 함께 토론도 했다.

◆ 어떻게 '인간수업'에 출연하게 됐나.

주요 배역 4명 모두 오디션으로 선발됐다. 어떤 역할인지도 말씀해주시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 생각도 없다가 대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성인이 된 지 2달 밖에 안됐을 때라 더 충격적이고 어려웠다. '이런 일이 현실에서 있을까' 싶으면서 무섭기도 했다. 그런데 이 몇 번을 더 읽다보니 전달하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현실적인 문제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 성인이 된 후 첫 작품이다. 어떤 각오로 임했나.

첫 작품, 첫 주연이라 부담도 크고, 어렵게 선택했다. 대본을 받고 난 후엔 처음엔 당황하고, 충격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성인이 돼 이 작품을 만나 다행인거 같았다. 부담감도 있지만 더 잘하고 싶었다.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저를 통해, 작품을 통해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의미있게 다가왔다.

◆ 배우 정다빈이 아닌 시청자로 '인간수업'을 보니 어떻던가?

4번을 봤는데 다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도 핵심은 나쁜 선택을 하면 그 부분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이었다. 이 아이들이 현실을 보여주는 거 같더라. 민희 보다는 전체적인 캐릭터들의 흐름이 좋았던 거 같다.

◆ 최민수 배우와 함께 하는 장면이 많았다. 호흡을 맞춰보니 어떻던가.

부담감과 무게감이 공존했던 촬영장이었다.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선배님은 카리스마가 있어서 더 쉽게 다가가진 못한 부분도 있었다. 처음엔 허벅지가 다 젖을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다. 2회 정도 촬영하고 나서 '내가 이렇게 긴장하는게 과연 작품에 도움이 될까' 싶었다. 그래서 더 편하게 다가가려 노력했다. '기죽지 말아야지'하면서 더 활발하게 웃으면서 다가갔다. 선배님도 그래서인지 더 많은 걸 알려주셨다. 연기하는 걸 보면서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감탄을 계속했다.

◆ 성범죄를 다루는 작품이고, 그걸 연기하는 배우였다. 조심한 부분이 있다면?

옹호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이 아이가 불쌍해보이지 않고, 연민이 들지 않도록 더 세게 표현했다. 연기하는 게 힘들어서 촬영을 하면서 많이 울었다.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감정을 추스려주셨고, 그게 작품에 더 도움이 된 거 같다.

◆ 이미지 변신을 하기 전에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나를 내려놓자'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정다빈은 없고 촬영 내내 서민희로 살아보자고 하고 임했다. 말투부터 고쳤다. 제가 정말 욕을 못한다.(웃음) 욕만 써있는 대본을 보고 '이건 내 것이 아닌가 보다'했다. 그래서 촬영 전엔 하루 종일 욕을 했다. 그동안 10대의 용어를 잘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에 그런 말을 잘하는 친구들에게 많이 배웠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런 욕을 해보겠나.(웃음)

◆ 전자담배도 계속 물고 있지 않나.

이 드라마를 통해 제가 흡연자가 될까봐 감독님의 걱정이 많으셨다. 그래서 설정도 전자담배로 바꿔주시고. 저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맞춰주셔서 마음 놓고 '맛있게 펴야겠다'고 생각했다.(웃음) 건강이 안 좋아지거나 중독이 안 돼 감독님도 '다행이다'고 하셨다.

◆ 대본을 보고 부모님도 놀랐다고 하는데, 주변 사람들 반응은 어땠나.

부모님이 대본 보고 굉장히 충격 받으시고, '현실에서 이런 일이 있니?'라고 되물으셨다. 그러면서 '네가 할 수 있겠니?'라는 말을 해주셨다. 제가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했을 때, 더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인간중독'이 공개되고 난 후 주변에서는 '이런 성격인데 숨기고 살았던거 아니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웃음) '그래도 내가 잘 했구나, 잘 표현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제 자신을 칭찬해주고 있다.

◆쉽지 않은 캐릭터라 어떻게 준비했을지 궁금하다. 참고한 작품이나 인물이 있을까?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다. 이런 소재를 다룬 작품이 정말 많더라. 단편 영화, 독립 영화도 많고. 책에도 정말 많은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담겨져 있었다. 처음엔 영화적으로 접근하려 했는데, '이게 맞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와 책을 보며 '나였다면'이 아니라 '이 사람들의 감정이 어떨까'라고 연구를 많이 했다.

◆ 성매매를 선택한 민희를 어떻게 이해했나?

이해가 되지도 않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촬영을 할 때마다 감독님, 선배님도 많이 도와주시고 기다려주셨다. 저도 민희라는 아이를 연기하면서 절대 미화시키지 말자, 마음먹었고 그 상황 자체를 보려고 했다.

◆ '인간수업'은 10대들의 성범죄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10대 성범죄 뿐 아니라 학교 폭력 등 다양한 10대 문제 들을 다루고 있다. 근데 이런 문제에 대해 뭔가 색안경을 끄는게 아니라 그 자체로 그려냈다. 시청자분들도 '인간수업'을 보고, 사회문제에 대해 그렇게 현상 그 자체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N번방 사건을 보고 정말 경악했다. 저희는 1년 전에 찍은 건데 N번방이 이 시기에 터져서 많은 분들이 '인간수업'을 거론해주더라. 그런데 N번방 사건 자체가 요즘은 많이 가라앉은거 같다. '인간수업'이 발화점이 돼 관심을 환기시키고,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인간수업'을 통해 배우로서 얻은 것이 있다면?

'인간수업'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뭔가를 내려놓는 법, 사회 문제에 대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얻은 건 김진민 감독님과 최민수 선배님을 만난 거 같다.

◆ 가장 힘들게 촬영한 장면이 있다면?

1회에서 제가 결박을 당하는 장면이 있다. 그게 가장 힘들었다. 첫 촬영, 첫 신이었다. 촬영을 하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무서운 부분도 있었다. 너무 눈물이 났다. 눈물을 그치고, 흥분해서 붉어진 얼굴을 가라앉히고 촬영을 해야해서 많은 분들이 많이 기다려주셨다.

◆ 찍으면서 스스로에게 놀랐던 지점이 있었을까?

촬영을 하면 눈물이 항상 많이 났다. 왜 눈물이 날까 했는데, 기태(남윤수)랑 놀이터 장면은 대본을 읽으면서도 화가나고, 촬영 할때도 눈물 흘리지 않고 찍었다. '얘네 관계가 뭘까' 싶었다. 그러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고,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도 궁금했다. 그러면서 '민희가 또 버림받겠구나' 하는 감정이 들었다.

◆ 민희와 기태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해서 연기했는지.

좋아했던 거 같다. 그 표현이 보통의 사람들과 조금 달랐던 거 같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땐 '저럴 껄?'이렇게 생각하면서도 거부감이 들었던거 같다.

◆ 김동희, 박주현, 남윤스 등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는데, '인간수업'을 하면서 어떤 얘기를 나눴나.

우리끼리도 '얘네 왜 이럴까' 이런 말을 많이 했다. 대본리딩만 3개월을 진행하면서 많은 토론, 많은 대화를 나눴다. 김동희 오빠는 정말 대화를 안했다. 민희와 관계가 있어서 그걸 고려하신거 같다. 박주현 언니는 나이차이가 났는데, 그걸 줄이기 위해 더 많이 대화했다. 소통을 하면서 더 간격을 줄였다. 햄버거를 먹으면서 거짓말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각각 스트레스 받고 힘든 부분이 있었던 거 같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만나서 펑펑 울었다. 그렇게 마음으로 통했다. 남윤수 오빠는 가장 나중에 합류했는데, 정말 일진처럼 연기를 잘해줬다. 화나서 한 대씩 치고 싶었을 정도로.(웃음) 제가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촬영장에서 의견을 제안한 부분도 많았을 거 같다. 개인적인 아이디어로 완성한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제가 10대와 가장 가까워서 촬영장 모든 분들이 저에게 물어보셨다.(웃음) 욕 연기를 할 땐 제가 입에 맞춰 바꿔서 하기도 하고. 대부분 욕 연기를 그렇게 했다. 동생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 "요즘도 이런말 쓰니?" 물어보기도 하고. 18살의 사람들은 나름 많은 생각을 하지만, 어른들이 봤을 땐 많은 생각을 하고 말을 던지지 않는다. 그래서 툭툭 던지는 말투로 연기했다.

◆ '인간수업'으로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모든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르면 혹독한 댓가를 치른다. 그 댓가가 무엇인진 모르지만 그게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사람은 실수를 한다. 그 실수를 인지했을 때 거기서 끝내느냐, 아니면 나아가느냐가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지점 같다. 이 친구들은 실수인줄 알고, 잘못인줄 알면서 나아간다. 여기에 사람들의 이중성을 알게해주는 거 같다.

◆ 넥플릭스는 첫 작품 아닌가.

제가 즐겨보던 플랫폼이라 신기했다. 그리고 촬영하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쫓기지 않고 정성을 들여 촬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전 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플랫폼이라 이런 사회적인 이슈에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 '아이스크림소녀' 수식어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 따라다닌다.

제가 봐도 그때 모습을 보면 귀엽다.(웃음) 그렇게라도 기억해주신다는게 감사하고 좋다. 앞으로는 저의 몫인거 같다. 앞으로 성인 연기자로 다양한 색이 있는 배우라는 평을 받고 싶다.

◆ 차기작은 어떤 분야로 준비 중인가.

'인간수업' 사랑을 받고,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만큼 저도 더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더 신중하고, 더 열심히 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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